와이프표 이모카세

30회 노무사 2차 시험 결과 발표 D-1이다.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. 이미 시험장을 나오면서 대충 결과는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즌만 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행복 회로를 마구마구 돌려댄다. 이런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와이프가 D-1을 맞이하여 이모카세 메뉴를 준비했다면서 퇴근길에 소주나 한 병 사 오라고 했다. 

나는 그리운 바다 성산포나 단지와 같은 술집을 좋아한다. 그날그날 메뉴가 바뀌고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내어주신다. 어느순간부터 이런 형태를 이모카세라고 부르더라 ㅋㅋㅋ 코로나 때문에 이모카세집에 못 가니 와이프가 직접 만들어 주었다.

첫 번째 안주는 삼치조림이다. 생선과 감자에 양념이 적절히 배서 맛나게 먹었다. 오늘 안주 중에 제일 맛있어서 리필을 했다. 

이모카세답게 밥이랑 구운 김도 내주었다. 무심하게 담은 밥이 포인트다.

두 번쨰 안주는 새우 부추전이다. 매콤한 안주를 먹었으니 느끼한 안주를 먹을 차례다. 

세 번째 안주는 오징어 볶음이다. 다시 매콤할 차례다. 슬슬 배가 불러오지만 다음 안주는 뭘까 하는 마음에 술도 안 취하고 즐겁다. 마치 술집에서 마시는 기분이다.

마지막 안주는 삼겹살 구이다. 삼겹살 구울 때 허브를 뿌려서 향이 좋았다.

장모님표 열무김치도 곁들였다. 올해 열무김치가 아주 끝내주게 잘 담가졌다. 

안주를 더 내어준다고 했으나 배가 불러 괜찮다고 했다. 싱숭생숭한 D-1을 사랑스러운 와이프 덕분에 웃으면서 보냈다. 매년 그렇지만 결과에 승복하고 불합격하게 되면 다시 힘내서 열심히 하면 된다. 설악산 대청봉에서 마음을 다잡고 와야겠다.